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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2011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다가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 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누군가 이 시를 학교에서 배웠다 얘기 해 주었다.
한국 문학교육을 제대로 받지못한게 다행스럽다 느낀 찰나였다.
교과서를 통해 당연스레 알게된 시라면
이렇게 까지 좋아할 순 없었겠지.

딩신을 만나는 날이 다가오면 또다시 생각한다.
긴 기다림 속 서로에게 가고있는 서로를 생각한다.
시 속 기다림을 공유하는 당신이 있기에
이 시를 이렇게 까지 좋아할 수 있었겠지.